긴 의료 파행과 혼란의 터널을 지나온 1,631명의 의대생들이 마침내 의사 면허를 취득하며 의료 현장으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의정 갈등 여파로 연계된 학사 일정 연기 등의 진통 끝에 치러진 이번 제91회 의사 국가시험은 대다수 복귀 생들이 합격선에 안착하며 그간 멈추어 섰던 예비 의료인 배출 체계가 다시 가동되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지난 7월 18일부터 19일까지 양일간 시행된 2026년도 제91회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를 29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시험에는 전국에서 총 1,797명이 응시해 1,631명이 최종 합격하며 90.8%의 합격률을 나타냈다. 이는 직전 제90회 시험 합격률이었던 75.9%보다 14.9%포인트(p) 상승한 수치로, 예년의 평년 합격률 수준(90%대)을 빠르게 회복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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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사 파행 극복 위한 '추가 시험'… 현장 수급난에 숨통

이번 제91회 의사 국시는 정례적으로 열리는 연례 국시와는 달리 매우 특별한 성격을 띤다. 지난 의정 갈등 사태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 수강과 실습 이수가 불가능해진 의대생들의 복귀 상황을 반영해, 올해 8월 졸업 예정자 등이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국시원이 추가로 편성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시험을 복귀 의대생들이 오랜 혼란의 과정을 마침내 끝내고 정식 의사로서 사회에 진입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바라보았다. 실제로 올해 초 치러진 제90회 국시 합격자(818명)와 이번 제91회 추가 시험 합격자(1,631명)를 더하면 올해 배출된 신규 의사는 총 2,449명에 달한다. 이로써 장기간 지속된 수련병원 인턴 및 전공의 인력난에 가뭄의 단비 같은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 경희대 박시형· 인제대 손다빈 공동 수석 차지

어수선한 학사 일정과 불확실한 수련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매진해 최고의 성적을 거둔 예비 의사들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제91회 의사 국시 수석 합격의 영예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박시형 씨와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손다빈 씨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은 총 320점 만점으로 치러진 필기시험에서 동일하게 306점(100점 환산 기준 95.6점)을 획득하며 공동 수석을 차지했다. 의정 갈등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의학 이론과 실무 지식을 깊이 있게 다져온 이들의 성과는 동료 예비 의사들에게도 남다른 귀감이 되고 있다.

■ 앞으로 체계적인 수련과 필수의료 안착이 진짜 과제

합격률이 90%대로 반등하고 1,631명의 의사가 새롭게 탄생했다는 소식은 고사 위기에 몰렸던 대한민국 의료 수급 체계에 긍정적인 신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의학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현장의 과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첫째, 8월에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하는 이들 신규 의사들이 9월 수련 일정에 맞춰 전국 주요 대학병원 및 수련병원에 차질 없이 임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병원계의 철저한 행정적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이들이 단지 면허증을 쥔 '의사 숫자'에 그치지 않고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중증·응급 필수 진료과목과 지역 의료 현장에 소신 있게 지원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수련 환경 개선과 정책적 유인책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의정 갈등의 파고를 넘어 비로소 환자 곁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1,631명의 새내기 의사들. 그들이 품은 청진기가 대한민국 보건의료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든든한 동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