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대한병원협회 등 7개 의약단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유독 대한의사협회(의협)만은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정부와 건보공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왜 의협만 협상을 박차고 나왔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의협은 1일 이번 결렬을 단순한 협상 실패가 아닌 일차의료 붕괴에 대한 정부와 공단의 무책임한 선언으로 규정했다. 급격한 물가 상승, 인건비 폭등, 운영비 증가로 의원급 의료기관이 벼랑 끝에 몰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건보공단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치를 제시하며 협상을 사실상 파행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의협은 "객관적 자료와 합리적 근거, 현장의 절박한 호소는 협상 과정에서 철저히 묵살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단체들이 협상을 수용한 것과 달리 의협이 강경하게 결렬을 선언한 배경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특수한 현실이 자리한다. 병원급 이상 기관은 상대적으로 재정 구조가 안정적이고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의원급은 지역사회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면서도 재정적 압박을 직접적으로 체감한다. 지난해에도 의협은 불합리한 구조를 지적하면서도 의료체계 안정을 위해 협상을 수용했지만, 돌아온 것은 "존중도, 신뢰도 아닌 배신"이었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이번 결렬을 통해 단순히 수가 인상률 문제를 넘어, 수가결정체계 전반의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건정심 중심의 일방적 결정 구조에서는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결국 일차의료 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상호 존중이 결여된 협상은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 통보"라는 의협의 비판은 단순한 수치 논쟁을 넘어 제도적 불신을 드러낸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체 간 형평성 문제라기보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생존 위기와 제도적 불합리성이 응축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른 단체들이 협상을 수용한 것은 각자의 현실과 이해관계에 따른 선택이지만, 의협은 더 이상 형식적인 협상으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협의 결렬 선언은 의료계 내부의 균열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부와 건보공단에 대한 구조적 개혁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단순한 수가 인상률이 아니라, "일차의료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