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1일 '환자를 위한 의료정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하 환의사)'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응급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사법부의 판결과 관련,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개인의 과실 여부를 따지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필수의료 체계의 존립을 흔들고 결과적으로 가장 보호받아야 할 환자들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창원지방법원은 장폐색 의심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여해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하여 내과 전문의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또한,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는 등 의료 현장을 위축시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환의사는 "의료 행위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의료 행위가 없을 때에는 자연경로에 따라 사망하거나 장해를 갖게 되는 것이 명백하게 예상된다. 의료 행위가 결과 채무가 아닌 수단 채무인 이유이다. 그러나 의료 행위가 결과 채무라는 법리는 사법 실무에서 형해화된지 오래다. 특히 응급실과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의료진은 한정된 정보와 시간 내에 환자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사법부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을 범죄로 규정하고 형벌을 내린다면, 어느 의사가 위험을 감수하며 환자의 생명을 구하려 나서겠는가?" 라고 비판했다.
환의사는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의사들에게 "위험한 환자는 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 의사가 교도소에 갈까 봐 진료를 주저하는 사회에서 환자의 진료 받을 기회는 보장될 수 없다. 결국 환자들은 최선의 진료 대신 '가장 안전한(의사에게 안전한) 진료'만을 받게 되거나, 아예 진료 자체를 거부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환의사는 또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이른바 필수의료 현장은 이미 인력 부족과 열악한 환경으로 한계에 다다라 있다. 여기에 사법부의 가혹한 판결까지 더해지면서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전공을 포기하고, 기존 전문의들조차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의사가 없는 병원에서 환자가 치료받을 방법은 없다. 필수 의료의 붕괴는 곧 국민 건강권의 붕괴이며, 환자들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환의사는 끝으로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의료 사고를 오로지 의사의 개인적 처벌로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은 결코 환자를 보호하는 길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오히려 의료진이 안심하고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사법부는 의료 행위의 특수성과 불가항력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여 합리적이고 신중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의료진의 선의에 기반한 진료 행위를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의사가 사라진 현장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우리 환자들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사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사회 구조를 방치한다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 우리는 의료진이 의학적 지식과 전문성에 근거해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환자들이 안심하고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