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 의약품 부족 사태가 어린이병원 치료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최근 어린이병원에서 아티반(성분명 로라제팜) 공급이 끊기면서 소아 경련 치료의 '응급실 에어백'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벤토린, 풀미코트, 시럽형 해열제와 항생제 등 다른 소아 필수의약품들도 저가 약가와 공급망 관리 부재로 잇따라 품절 사태를 겪고 있어, 아이들의 생명이 성인 중심 의료 시스템 속에서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제공>

아티반은 소아 열성 경련이나 뇌전증 상태에서 가장 먼저 투여되는 1차 치료제다. 투여 후 10분 이내에 발작을 멈추게 해 뇌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응급실에서는 '에어백'과 같은 존재로 불린다. 그러나 최근 생산 중단과 공급 차질로 인해 전국 소아청소년병원 상당수가 이미 재고를 소진했거나 1~2개월 내 소진이 예상된다. 일부 병원은 경련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아티반 부족은 단순히 한 약품의 문제가 아니다. 소아 천식 치료제인 벤토린, 흡입형 스테로이드제 풀미코트, 시럽형 해열제와 항생제 등도 반복적으로 품절되고 있다. 저출산으로 시장 규모가 작아진 데다, 앰플당 782원에 불과한 초저가 약가로 인해 제약사들이 생산을 기피하면서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지난 5월 16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서울파르나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3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이번 조사에서 12개 병원은 "이미 재고가 소진돼 응급 환자 발생 시 처치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답했다.

또한 13개 병원은 "1&sim;2개월 내 소진 예정으로, 당장 7월 이전에 치료 대란이 벌어질 게 확실하다"고 밝혔다. 병원 35곳 중 25곳(71.4%)이 현 상황을 위기로 판단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공급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한다. 대체약으로 미다졸람이나 디아제팜이 있지만, 호흡기 부작용 등 위험이 커 완전한 대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필수약의 약가를 현실화하고, 국가 차원의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이번 아티반 부족 사태는 소아 필수의약품 공급 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다.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약이 성인 중심 의료 시스템 속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기다.